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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시대 예술 수요자에 대하여(3)[봉건귀족]

by 미스티스테이션 2023. 3.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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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건귀족

전투하는 사람들, 즉 영주와 기사 등 봉건귀족은 싸우는 것이 일이었습니다. 전쟁이 없을 때는 전투와 비슷한 마상 시합을 열거나 사냥을 했습니다. 육체노동은 비천한 것이었지만 전투나 사냥은 유한계급의 명예로운 일이었습니다.

 

이들은 예술과 어떤 관계에 있었을까요? 성당건축을 비롯해 중세 예술을 주도한 세력은 교회였고, 봉건귀족은 거기에 직접 영향력을 미치지 못했습니다. 그 이유는 봉건귀족은 싸움질밖에 할 줄 아는 게 없는 전사들로 예술에 영향을 미칠만한 교양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다만 교회가 성당을 지을 때 봉건귀족의 재물도 상당 부분 흘러 들어갔습니다.

 

12세기의 봉건귀족 사회에도 문화라고 할만한 것이 생겨났습니다. 이전보다 봉건귀족의 생활에 여유가 생긴 것이 그 바탕이 되었는데, 윤작을 통해 휴경지를 50퍼센트에서 30퍼센트로 줄이고 철제 농기구를 사용하는 등 기술발전을 통해 이룩된 농업생산 증대는 교회와 마찬가지로 토지 소유자인 봉건귀족을 더 부유하게 만들었습니다.

 

봉건귀족은 11세기말부터 성지탈환이라는 종교적 명분 아래 이루어진 몇 차례의 십자군 원정(1095년-1270년)에 참가하여 경제적 이익을 얻게 됩니다. 십자군 원정에 참가한 귀족들은 유럽보다 훨씬 앞선 문화를 가진 비잔틴, 이슬람 세계와 접하면서 세련되고 향락적인 생활방식에 눈뜨게 되었습니다. 이슬람과 대적하고 있는 최전방이어서 그들의 문화와 접촉할 기회가 많았던 프랑스 남부 지방에서 세속예술이 먼저 움트게 되는데, 툴루즈(Toulouse) 백작이나 아키텐(Aquitaine) 공작 같은 대영주의 성은 세속문화의 중심이 됩니다.

 

고딕 성당의 높이 치솟은 탑이 교회의 정신적 권위를 상징하듯 돌로 지은 성채의 높은 성벽과 성루는 주변을 압도하면서 봉건귀족의 세속적 권위를 상징합니다. 11세기 이전까지 프랑스 남부와 북부는 서로 사용하는 언어조차 다른 이질적인 지역이었으나 십자군 원정이 시작되면서 교류가 활발해집니다.

 

12세기에 프랑스 북부지방이 교역의 중심지로 발전하면서 남부지방에 비해 낙후되어 있던 이 지방 영주들의 생활도 화려해졌습니다. 영주들은 길을 막고 통행세를 받고 정기시장의 상인을 보호해 주는 대신 세금을 거두었습니다.

영지 내에 중요한 상업 중심지를 끼고 있는 샹파뉴 백작과 플랑드르 백작의 성은 유행의 중심지로 사치스런 복장과 장기처럼 머리를 쓰는 오락을 제일 먼저 받아들였습니다. 십자군 원정으로 화려한 동방문화에 접하고 주머니가 두둑해진 봉건귀족의 생활에 처음 일어난 변화는 바로, 화려해진 의복이었다. 길게 늘어진 소매와 땅에 질질 끌리는 망토는 먹고살기 위한 노동을 하지 않아도 되는 귀족의 상징이었습니다.

 

도시 주민은 허름한 집에서 거친 옷을 입고 번 돈을 쓰지 않고 꼭꼭 묻어두었다가 결국은 교회나 귀족에게 세금으로 바치는 데 사용했지만, 귀족은 수중에 들어온 돈을 풀어 마음껏 인심을 쓰고 사치를 부리는 것을 미덕으로 여겼습니다.

봉건귀족들은 동방의 비단과 향료를 사들이고 음유시인을 불러들여 먹여 살렸습니다. 중세 귀족은 교양 있는 사람들이 아니었기에, 실제로 글자를 모르는 귀족도 많았고 글자를 알더라도 글 읽기를 즐기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이들은 음유시인이 들려주는 노래와 이야기를 열심히 듣는 청중이었습니다. 음유시인은 귀족을 즐겁게 해 주기 위해 고대문학, 민속설화, 연애를 내용으로 한 시 등에서 이야기 재료를 발굴했으며 그 결과 기사들의 무공과 귀부인에 대한 사랑을 두 축으로 하는 운문소설 로망(roman)이 생겨났다.

 

프랑스 북부 지역에서 로망(roman)이 생겨났을 때, 나머지 지역에 있는 소영주나 대부분의 기사들은 여전히 촌스럽고 난폭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로망(roman)은 대영주의 궁성에서 소영주의 궁성으로, 그리고 기사 사회 전체로 퍼져나갔습니다. 봉건귀족은 음유시인이 낭독하는 로망(roman)을 들으며 자랐고, 거기 등장하는 영웅을 모델 삼아 그들처럼 말하고 사고하고 행동하려고 노력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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