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장르와 양식
5) 근대 낭만주의 예술(1700년~1850년)
낭만주의(Romanticism)는 최초의 근대 예술입니다. 낭만주의는 근대사회 성립기에 그 정신을 반영해 18세기부터 19세기 전반기에 걸쳐 유럽 각지에서 전개된 새로운 예술운동인데, 이것은 예술사에서 ‘근대’에 대한 최초의 자각입니다.
고대 고전예술을 객관화된 예술규범으로서 간주하는 관점에서 탈피하려는 것이 낭만주의의 주조입니다. 낭만주의라는 용어는 원래 로망어로 쓰인 공상적 이야기를 가리키는 로망(roman)에서 유래했는데, 점차 객관화된 규범보다 주관적인 개성과 독창성을 앞에우고 ‘천재’ 예술가 개념을 강조하는 예술양식을 지칭하게 되었습니다.
근대 이전의 모든 예술이 미의 완벽함을 추구해 왔다면 근대 예술은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인데, 이러한 전환은 낭만주의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낭만주의에서 차별성, 즉 남과 다른 것이 가장 중요한 강령이었다. 예술의 본질은 새로움이고 예술활동은 끊임없는 혁신이었습니다.
낭만주의는 르네상스 이래 예술의 주된 흐름인 고전주의와 필연적으로 대립됩니다. 넓은 의미의 고전주의(Classicism) 예술은 그리스·로마의 고전 예술을 모범으로 삼아 그것에 의존하고 따르는 모든 예술을 말합니다. 르네상스 시대부터 거의 모든 예술에는 이런 경향이 내재되었고, 고전예술에 대립하는 예술양식을 지칭하는 고딕, 바로크, 로코코 같은 용어에는 한결같이 경멸하는 뜻이 담겨 있었습니다.
고대와 근대의 우열 논쟁은 17세기에도 가끔 있었지만 예술가들이 고대콤플렉스에서 결정적으로 벗어난 것은 바로 낭만주의를 통해서였습니다.
낭만주의는 고대에 대해 근대를 특징짓는 개념인데, 낭만주의의 탈고대성은 중세에 대한 재평가를 불러일으켰습니다.
낭만주의 이전의 예술에서는 고대 고전예술이 유일하고 절대적인 규범이었고, 중세 예술은 야만적인 고트 족의 조잡하고 기괴한 취향으로 멸시되었습니다. 이러한 태도는 낭만주의에 이르러 수정되었습니다.
18세기 후반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는 스트라스부르크 성당을 예로 들어 중세 고딕예술의 본질은 내면적, 주관적 원리를 따르는 낭만예술(근대의 미)이라고 파악하고, 객관적, 법칙적 형태미를 추구하는 고전예술(고대의 미)과 대비했습니다. 낭만주의 이후 예술양식은 다시 변모를 겪었습니다.
과도한 낭만주의에 대한 반발로서 19세기 중반 사실주의(Realism) 예술이 나타났고 그것은 다시 자연주의(Naturalism) 예술로 발전했습니다. 사실주의는 낭만주의처럼 주관적 개성이나 내면적 상상력을 강조하는 대신 당대 현실의 정확하고 객관적인 재현에 치중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마네(Edouard Manet)를 비롯한 미술가들에 의해 인상주의(Impressionism)가 등장했고, 그것은 다시 예술 장르로 파급되었습니다.
6) 현대 대중예술(1900년 이후)
대중예술(Popular art)은 현대예술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대중예술은 수요자가 특정 계층이 아니라 노동자를 포함한 모든 계층 즉 대중이고, 그 생산이 기업(대중매체)에 의해 대량으로 이루어지는 점에서 종래의 예술과 구별됩니다.
서양에서 대중예술은 근대사회가 확립된 19세기 후반부터 발전했습니다. 대중예술이 등장하면서 그것에 대비되는 순수예술 fine art도 등장했습니다. 순수예술이란 말은 18세기부터 쓰였지만, 대중예술과 대비되는 의미의 순수예술이 등장한 것은 19세기 후반입니다.
서양의 순수예술은 예술의 자율성과 독립성에 대한 강조를 특징으로 합니다. 대중예술에 반대하는 입장에서 ‘예술을 위한 예술’을 추구한 20세기 전반까지의 순수예술 흐름을 포괄적으로 모더니즘(Modernism)으로 부릅니다.
포스트모더니즘(Postmodernism)으로 불리는 20세기 후반의 예술적 경향은 새로운 양식이 아니라 양식화된 모더니즘의 해체를 시도합니다.
포스트모더니즘은 대중예술의 우세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며 대중예술의 내용과 형식을 활용합니다. 20세기 후반에는 순수예술과 대중예술 간에 수요자나 생산자의 이질성이 크게 줄었는데, 그러한 배경 위에서 순수예술과 대중예술의 경계를 허물고 여러 예술 장르를 융합하는 포스트모더니즘이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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