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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경제적 이해 서론[2](접근방법)

by 미스티스테이션 2023. 3.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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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경제적 접근방법

우리는 예술작품을, 그것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주체, 즉 예술생산자와 예술수요자의 전체적인 연관 속에서 해석합니다.

이처럼 예술의 대상(작품)과 주체(생산자와 수요자)를 유기적으로 해석함으로써 예술의 전모를 보다 잘 파악할 수 있습니다. 예술작품은 그것을 요구하는 사람과 그것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있음으로 존재하는 한편, 예술을 필요로 하거나 즐기거나, 여하튼 어떤 목적에서든지 그것을 요구하고 그것에 돈을 지불하는 예술수요자가 있습니다.

 

예술작품을 두고 예술수요자와 예술생산자가 맺는 관계에 따라 예술은 변화, 발전합니다. 예술을 전체적으로 이해하려면 예술수요자는 어떤 사람인가, 이들은 어떤 예술작품을 수요 하는가, 예술가는 어떤 사람이며 어떤 지위(특히 예술수요자에 대해)에서 예술작품을 생산하는가, 예술수요자·예술가·예술작품은 서로 어떻게 관련되어 있는가를 파악해야 합니다.

 

한 시대의 예술수요자가 누구인가 하는 점은 예술의 경제적 기반을 파악하는 열쇠이다. 예술수요자는 막연히 모든 사람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한정된 사회의 일부 계층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각 시대의 예술수요자가 왜 예술을 후원하고 예술작품에 돈을 지불하는지, 예술작품에서 무엇을 얻는지 다루겠습니다.

 

예술수요자가 바뀌고 예술적 취향과 요구가 달라지면 예술작품의 형식과 내용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하며 예술수요자만이 예술작품의 형식과 내용을 결정하지는 않습니다. 예술생산자인 예술가의 의지는 그들이 수요자와 맺고 있는 관계에 따라 굴절, 변형되지만 예술작품에 영향을 미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입니다.

각 시대의 예술가가 예술수요자에 대해 어떠한 지위에 있는지, 경제적으로 어떠한 상태에 있는지, 자신의 작업에 대해서는 어떤 관점을 가지고 있는지 또한 우리의 중요한 관심사입니다. 이를테면 근대사회에서 예술가 자신을 위한 예술 혹은 ‘예술을 위한 예술’이 나타납니다. 예술가가 수요자의 요구에 거슬러서 또는 수요자의 요구를 무시하면서 작품을 만들게 된 것은 예술가의 새로운 지위와 경제적 상태, 예술적 관점을 반영합니다.

과거에는 예술에 대한 경제적 접근을 예술의 독자성을 무시하는 경제결정론이라 여겨 기피하는 경우도 있었으나 이런 태도는 편협한 것입니다. 우리는 예술에 관한 많은 책이 예술작품 자체에만 시야를 한정하고 예술가나 예술수요자 같이 예술의 전체적 이해를 위해 꼭 필요한 요소를 생략하거나 무시해 온 점을 보완하려고 합니다. 우리의 접근방법은 예술작품을 그 자체의 논리로 설명하는 내적 접근과 다를 뿐만 아니라, 과거 전통적인 외적 접근이 예술가 측면만 고려하고 예술수요자 측면을 무시한 것과도 구별됩니다.

하우저(Arnold Hauser)의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1953)는 선구적 업적이었으나 하우저는 바로크와 근대에 관한 논점이 최근의 경제사 연구와 부합되기 어렵습니다. 또 오래된 저작이라 20세기 현대예술의 상황에 대한 기술이 부족하다. 예술의 각 분야별로 하우저에 버금가는 연구 성과들이 존재합니다.

 

이 가운데 문학에서 아우얼바흐(Erich Auerbach)의 「미메시스」(1946)는 고대부터 19세기까지 시대별로 주요 작품을 다루었고, 와트(Ian Watt)의 「소설의 발생」(1956)은 근대문학의 발생 과정을 밝혔다. 미술에서 벱스너(Niclaus Pevsner)의 「미술 아카데미의 역사」(1940)는 미술가의 지위 변화를 시대별로 다루었고 몬티아스(John Michael Montias)의 「델프트의 미술가와 장인」(1982), 노스(Michael North)의 「네덜란드 황금시대의 미술과 상업」(1992)은 근대미술의 발생을 다루었습니다.

 

음악에서는 레이너(Henry Raynor)의 「음악의 사회사: 중세에서 베토벤까지」(1972)와 「1815년 이후의 음악과 사회」(1976)가 음악사를 경제적 관점에서 다루었고, 웨버(William Weber)의 「음악과 중간계급」(1975)은 근대 음악의 발생에 관한 연구입니다. 이러한 저술은 해당 분야 예술사의 고전이지만, 공통적으로 두 가지 문제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첫째, 예술발전에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여러 예술 분야의 상호연관성이 충분히 고려되어 있지 않습니다. 어떤 시기 한 예술에 나타나는 특징은 사실 그 시대 예술 전체가 공유하는 성격인 경우가 많습니다.

둘째, 대중예술에 대한 고려가 없습니다. 19세기 후반부터 성장한 대중예술은 현대예술의 중요한 부분을 구성하지만 예술사 연구에서 순수예술과 대중예술을 차별적으로 인식하고 대중예술을 경시하는 전통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그러므로 19세기 후반 이후 대중예술 발전에 관해서는 별도의 연구를 참고해야 합니다. 먼저 대중문학에서 만델(Ernest Mandel)의 「즐거운 살인」(1984)은 19세기 산업사회가 확립되면서 나타난 범죄소설이 경제변화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다루었습니다. 대중음악에서 캠벨(Michael Campbell)의 「비트는 계속된다」(1996)는 미국 대중음악의 기원과 발전과정을 다루었습니다. 차머리(David P. Szatmary)의 「로킹인 타임」(1996)은 록의 발전을 사회경제적 관점에서 정리했고, 프리스(Simon Frith)의 「사운드의 효과」(1983)는 대중음악 생산자와 수요자 연구에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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