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수도원 공방에서 제작된 중세시대의 필사본은 주로 성서와 그 주석서이고 문학작품은 극히 드물었습니다. 당시 문학 소비는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시를 듣는 것이었는데, 르네상스 시대에 듣는 문학은 읽는 문학으로 변하고, 문학과 음악은 분리되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인쇄술의 발명이라는 기술적 기반 위에서 일어납니다. 활판 인쇄술의 발명은 빠른 시간에 저렴한 비용으로 책을 만드는 일을 가능하게 했고 점차 인쇄된 책이 문학의 중심 매체가 되었습니다. 1456년 구텐베르크(Johannes Gutenberg)가 성서를 처음 인쇄한 후, 1500년에는 이미 유럽 중요 도시에 1,000여 개의 인쇄소가 생겼습니다.
인쇄본이 흔해지면서 독서문화는 변화하기 시작했고, 소리 내어 읽는 방식이 눈으로 읽는 방식으로 변하고 음악을 수단으로 하여 청각에 호소한 문학은 책이라는 매체를 통해 시각에 호소하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또, 전에는 극소수의 귀족과 학자만이 소량으로 제작되는 필사본을 손에 넣을 수 있었지만, 책이 흔해지면서 독서 기회가 더 넓은 계층으로 확대되었습니다. 책이 문학의 매체가 되면서 일어난 또 하나의 변화는 산문 문학의 발달입니다.
중세시대까지 문학은 곧 '시'인데, 로망 같은 긴 얘기며 장터에서 공연되는 연극에서도 운문을 사용했습니다. 르네상스 시대에 읽는 문학이 되면서 산문이 등장합니다. 단테는 「신곡」을 운문으로 썼지만 보카초는 「데카메론」(1351년)을 산문으로 썼습니다. 희곡에서는 바로크 시대까지도 운문이 남아있지만 소설에서는 얼마 지나지 않아 산문이 운문을 대체하게 됩니다. 「데카메론」은 보카초가 나폴리 왕국 조반나 공주의 후원을 받아 쓴 단편 산문소설집입니다.
이 작품은 두 가지 점에서 혁신적인데, 하나는 이미 말했듯이 산문 형식으로 쓴 점이고, 다른 하나는 속어로 천시되던 이탈리아어로 쓴 점입니다. 그 때까지는 라틴어만을 고상한 학문 언어로 여기고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등 일상생활에 사용하는 각 지방의 방언은 모두 속어로 천시했습니다. 라틴어는 학술어의 지위는 거의 근대까지 유지하지만 문학어의 지위는 이미 르네상스 시대에 상실했습니다.
각국 언어 사이의 번역도 활발하여 「데카메론」은 출간되자마자 독일어, 프랑스어, 스페인어로 번역되었습니다.
「데카메론」은 감각적이면서도 우아한 균형을 지닌 작품으로 르네상스 예술의 특징인 시민적, 궁정적 특성을 잘 드러냅니다. 「데카메론」에는 중세 로망에 비해 훨씬 다양한 인간상이 등장하는데, 사랑의 줄다리기를 하는 연인들, 호색과 탐욕에 빠진 성직자, 남편의 눈을 속여 바람을 피우는 유부녀, 멍청한 듯하지만 교활한 하인, 그밖에 갖가지 직업과 신분을 지닌 일상적인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갈등의 결말은 지나친 점 없이 우아하고 산뜻하게 처리되어 읽는 이로 하여금 즐거운 미소를 머금게 합니다.
보카초가 싫어하는 것은 권위와 탐욕과 고집이며, 좋아하는 것은 발랄한 사랑과 균형 잡힌 이성과 임기응변의 재치입니다. 보카초의 작품은 아우얼바흐(Erich Auerbach)가 「미메시스」에서 지적하듯이 ‘삶의 관능적 놀이에서 즐거움을 찾고 감각과 취향과 판단력을 지닌 신사숙녀와 상층계급의 행실 좋은 젊은이들에게 즐거운 소일거리 구실’을 했습니다. 보카초의 독자층은 삶의 다채로운 현실 속에서 즐거움을 구한 도시귀족이었습니다. 이탈리아 르네상스 문학은 시기는 다르지만 다른 나라로 파급된 가운데, 르네상스 문학이 가장 번창한 곳은 영국입니다.
영국 르네상스 문학은 이미 절대주의 시대가 시작된 16세기 후반에 그것도 연극을 중심으로 발전한 점에 특징이 있습니다. 영국 르네상스 시대의 대표적 작가는 바로 셰익스피어인데, 그는 다양한 문학 요소 중 어느 하나를 특별히 채택하거나 배척하지 않았습니다. 비극 속에 어릿광대를 등장시키고 희극 속에 왕을 등장시켰습니다. 이 시기 영국에서 궁정적이며 시민적인 장르의 융합은 일반적인데, 비극에는 풍자가, 희극에는 로맨스가 끼어들었는데, 이러한 장르의 융합은 당시 연극을 귀족과 시민이 함께 어울려 즐긴 사실을 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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